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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난곡 이야기

by 자랑쟁이 2004.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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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내 디자인을 소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프로젝트중에 하나였는데,
무려 반년간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우선 사진에 숨겨진 언어들을 읽는 방법을 배우는것이 첫번째였고,
이 언어들을 어떻게 읽혀지게 할것인가를 생각하는것이 두번째였다.

이 책은 지금은 없어진 서울 최후의 산동네라고 불리는 난곡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것을 통해, 사회의 여러가지 문제도 이야기 하고 있고,
이 모든 내용을 사진으로만 담은것이 아니라, 사진작가 선생님께서
원래는 소설가 이시기 때문에, 소설도 넣었고, 중간에 시도 있으며,
마지막엔 판소리체의 글도 있다.

이런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상당한 힘을 갖고 있는데,
이것들의 가장 큰 문제는... 사진이 가지고 있는 언어가 너무도 강력해서,
다른 이미지를 삽입한다는것 자체가 사족이 되는 점이었고, 다른 그래픽
언어가 간섭을 함으로 인해서, 의미의 혼란이 일어날 위험도 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책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사진집처럼 보여서는 안되고,
그렇다고 소설책으로 보여서도 안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는 줄타기와 같은 작업이었고, 아주 힘든 작업이었다.

하지만 사실 디자인이라는것이 어느 한 주제로 강하게 표현해야지,
힘이 더 강해 보이는것이 사실이라, 이 책의 디자인은 어중간하게
느껴지게 되어버렸다.

이것은, 어쩌면 사진을 부각 시키기 위해 디자인이 죽어야 하는
일반적인 디자인 통념을 뒤집어 엎으려고 했던 책이라고 할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작가를 위시한 유명 사진가들의 입김이
반영되지 않을수 없었고, 현실적으로도 사진이 좋았기 때문에,
사진을 죽인다는것은 디자인적으로도 실패하는 일이 었다.

결국 그래서, 우리는 디자인의 개입을 최대한 죽이면서도,
그 한계까지 디자인이 개입하는 외줄타기를 하게 된것이었다.

정말, 노력을 많이 했음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음이 너무 안타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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