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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북디자인] 4 잘된 내지 디자인 - 판형

by 자랑쟁이 2007.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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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기능성에 의거한 잘된 디자인을 보자면, 가장 중요한 부분이 내지입니다.
앞에서 책을 "내용을 담는 그릇" 그리고 "내용에 따라 달라지는 담기는 방법"을
거론했던것처럼, 가장 책에서 중요한것은 내용입니다.
내용에 따라 그릇.. 즉 책의 형태나 꼴이 달라지기 때문이며, 그것에 따라
모든 디자인이 마치 체인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여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북 디자이너들이 제일먼저 고민하는 '판형'에서의 기준을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판형이라고 함은 책두께를 제외한 단순히 책의 크기를 뜻합니다.
자.. 왜 판형이 중요할까요?
책은 기본적으로 이미지(좁은 의미)와 문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물론 문자만으로 이루어진 책도 있습니다만... 문자도 어느 크기의
한계나 위치적 변동으로 인해 문자 자체로 인식되기 보다는,
문자가 이미지로 인식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사진집과 같은 특수한 책이 아니라면,
책은 글을 읽고 부수적으로 그림(사진)을 보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책에 있어서 그만큼 글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글의 미적인 부분과 기능적인 부분만을 연구하는 타이포그래피라는 학문도 있지요.)
그래서 책에서는 독자가 글을 읽기 편하도록 만들어 주는것이 첫번째인데요.
예를 들면, 글줄의 길이가 너무 길거나 짧으면 독자가 눈에 피로를 금방 느끼게 되고,
너무 길 경우는 같은 글줄을 다시 읽게 되는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아마 책을 읽다가
자신도 모르게 같은 글줄을 여러번 읽으신 경험들이 있으실 껍니다... 사실 디자인이
잘못된 책이죠.), 또는 좀더 읽기 쉬운 서체를 사용한다던지... 하는것이 첫번째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 글줄들의 느낌이 독자가 읽을때 그 책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해주는 것이 2번입니다.
예를 들면, 글자가 작고 촘촘(자간이 좁을때)하면 빨리읽고 좀 딱딱하고 어려운 느낌이 들게 되고,
글자가 크고 글줄간의 거리(행간)가 넓어지면 넉넉하고 느릿하며 좀 쉬운 느낌이 들게 됩니다.
이런것 들이 2번째 속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타이포그래피 원칙들을적용하고 나면, 글줄의 길이(행장)와 활자의 크기, 글줄간의 넓이(행간),
활자간의 거리(자간), 단어간의 거리(어간)등이 결정되고 그것으로 인해 글뭉치가 앉혀질 자리가 잡히게 됩니다.
그 뒤 페이지 번호가 적힐 위치가 결정되면 최종적으로 책의 판형이 결정되게됩니다.
그런데 종이는 대량생산되는 공산품이다 보니, 그 규격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디자이너는 그 글자리에 가장 잘 맞는 규격의 종이를 선택하고,
그것을 약간 잘라내거나 하여 변형을 줍니다. 만약 기본 종이의 규격에서 너무 많이 잘라내야 한다면,
(보통 loss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자원이 낭비되기 때문에,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잘못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적인 측면에서는 용인되는 잘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으로 첫번째 판형이 결정되지요. 보통 이런것이 소설책의 판형을 결정하는 방법입니다.
여기에 만약 이 책이 주석이 많이 붙어야 하는, 배경지식이 많이 필요한 류의 책이라면,
주석을 넣을 공간을 잡아주게 됩니다. 이미 글의 위치가 잡혀 있기 때문에, 글타래의 양쪽이나,
아래쪽에 공간을 더 만들어야 하게 되죠. 즉, 논리적으로 보면 책의판형은 옆으로 넓거나,
혹은 아래로 긴 판형이 되게 됩니다. 하지만 아래로 긴 판형의 경우는 내부 글자리를 약간 위로
줄이고, 주석을 삽입하게 되기때문에, 책중에는 위아래로 길쭉한 책은 많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주석이 그렇게 많이 들어갈 책이라면.. 그 주석을 본문으로 추가 시키거나,
해설집으로 별도 판매를 하는것이 좋은 방법이겠죠.)
즉... 그러므로 옆으로 넓은 책들은 본문외에 다른것들(주석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갈 포맷입니다.
이는 글의 중간에 주석이나 사진이 들어가면 글을 읽는데 방해를 하게 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방법이며, 만약 이런 판형을 한 책이 주석이나 사진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글'책 이라면 전혀 용도에 맞지 않은 디자인을 한것이 됩니다.
이런 문제는 다시 앞에서 이야기 했던 표지의 디자인과 엮이게 되는데요.
예를 들면 위에 말한 글로만 된 소설책이 양장으로 되어 있다면,
실제로 종이는 글 폭에 맞춰져 있어서, 판형이넓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펴져 있지 못하는 책이 됩니다. 즉 책을 보는 중에는 책이 접히지 않도록
손에 힘을 줘서 꽉 쥐고 읽어야 한다는 뜻이고, 심지어 양장이기 때문에 손에 들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 됩니다. (어딘가에 두고 봐야 한다는 말이죠. 무릎이나...) 이건 제가 말한
관점에서 보면 정말 '후진'디자인입니다.
만약 소설책이 고전문학 소설로서 집에서만 읽는 고고한 취미로서의 책이라면,
그런 디자인이 용납됩니다. (하드 커버는 우아하고, 보관을 오래 할 수 있으며,
튼튼하다는 장점이 있으니요...) 하지만 일반적인 소설책은 돌아다니면서
읽게되고, 휴대성이 필요한 책입니다. 또한 손에 들고 볼 가능성이 높지요..
그렇게 본다면, 소설책은... 가벼운 종이에 한손으로 들수 있고, 휴대가 쉬워야 하니
소프트커버로 만들어야 하겠죠. 그래서 미국에는 페이퍼백 소설들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왜 없을까? 고민한적이 있었는데.. 우리 나라도 시도를
한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의 책의 소비습관은 구미와는 달라서,
약간 책을 읽는 우아함에 가치를 많이 둔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페이퍼 백들은 모두 실패하고 다시는 아무도 만들지 않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다시 한 예로...
판형을 크게만든 영어 학습 암기노트.. 잘 된 디자인의 책일까요?
벌써 후진 디자인이라는것을 아셨을것 같습니다. 암기 노트라는것 자체가
휴대를 해야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는데... 판형이 크다면.. 누가 갖고 다니겠습니까?
물론 특수한 목적으로 활자를 무지하게 크게 만들어서 기억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면 모르겠습니다. ^^;;
자... 그럼 왜 판형이 책 디자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지 아시겠지요?
판형이 잘못된 책은 디자인이 좋지 않은 책의 절대적인 기준이면서,
동시에 기본적으로 종이를 낭비한 책입니다.
즉, 쓸데없는 공간이 많이 남거나, 혹은 불편하게 만들어진 책을 의미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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